[The Psychology Times=황선미 ]

엄마의 자궁으로부터 독립해 세상으로 나가는 과업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인생의 숙제이다. 여기서 ‘엄마의 자궁’이란 상징적인 표현으로, 안전하다는 확신을 주는 존재를 의미한다. 흔하게는 부모, 애인과 같은 사람이고 때로는 집, 방, 동네 같은 공간이기도 하다. 그게 무엇이든 자궁에는 머물 수 있는 유효기간이 있는데,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이 지나서까지 자궁에 머무르다 보면 인격과 정신 세계에 균열이 일어나곤 한다. “무서워, 못 나가” 하며 머무르려는 우리 자신보다 자연 세계는, 인간을 더 강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전환기 대상(transitional object)이란 정신분석가인 위니컷(Donald W. Winnicott)의 잘 알려진 개념으로 한 사람이 안전을 떠나 세상으로 나가기까지 중간에 머물게 되는 어떤 ‘것’을 의미한다. 물건, 사람, 공간, 취미, 습관, 사상 등이 전환기 대상에 모두 포함되므로 애매한 용어인 ‘것’으로 표현하기 딱이다. 이러한 거시기들이 우리가 안심하고 세상으로 나갈 수 있게 중간 역할을 해 준다고 해서 중간 대상, 또는 전환기 대상이라고 불린다. 찰리 채플린의 친구 라이너스가 누나의 구박에도 불구하고 담요를 들고 다니듯 말이다.